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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유전자 스위치, 최신 과학으로 읽는 후성유전의 신비, 장연규 저자(글), 히포크라테스 · 2023년 10월 25일 (1쇄 2023년 10월 12일)2023-11-2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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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스위치, 최신 과학으로 읽는 후성유전의 신비, 장연규 저자(글), 히포크라테스 · 2023년 10월 25일 (1쇄 2023년 10월 12일)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0532570


유전자를 넘어 운명을 바꾸는 원리, 후성유전학

“운명이 바뀌는 신비함도 과학의 영역이다.”

후성유전 시스템 조절로 암을 치료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국내 최고 전문가 장연규 교수, 최신 후성유전 연구를 한 권에 담다

“당신은 DNA 염기서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자손에게 전달할 수 있다.

후성유전학은 유전학 중에서도 정말로 우리를 흥분시키는 분야다.”

-제임스 왓슨


우리는 유전자에 새겨진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가능할까? 후성유전학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우리 몸의 시스템을 밝히는 유전학의 한 분야다. 주로 타고난 유전자의 변화 없이도 환경과 경험에 따라 형질이 달라지고 그 형질이 유전되는 현상을 연구한다. 후성유전학 연구가 본격화된 이후 생물학과 유전학의 판도는 뒤바뀌고 있다. DNA 구조를 풀어 노벨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 박사는 후성유전학에 대해 “당신은 DNA 염기서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자손에게 전달할 수 있다. 후성유전학은 유전학 중에서도 정말로 우리를 흥분시키는 분야다”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유전자를 조절하는 스위치이자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스위치인 후성유전 연구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로 오랜 시간 후성유전학 강의를 진행한 저자 장연규는 이 책을 통해 후성유전학의 기본 원리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동시에 최신 연구 결과들의 동향과 전망에 대해 소개한다. 후성유전은 생명체가 태어나고 성장하며 자손을 남기는 등 우리 몸의 수많은 과정에 개입하는 생명 현상의 하나다. 그래서 『유전자 스위치』를 접하는 독자들은 후성유전학뿐만 아니라 우리 몸이 작동하는 다양한 원리와 신비에도 접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읽기 쉽게 쓰였다.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생물학의 기본적 개념인 유전자의 원리부터 복잡한 분자 수준의 후성유전 작용까지 순차적으로 설명한다. 유전자의 형태와 구조 그리고 후성유전이 영향을 끼치는 각각의 과정과 작동은 삽화로도 표현되어 이해에 도움을 준다. 단 한 권의 책으로 후성유전을 이해하고 싶다면 『유전자 스위치』는 가장 이해하기 쉽고 충실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장연규


인물정보

대학/대학원 교수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서울대학교에서 분자세포생물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 모델로 DNA 회복 기작 연구를 이어갔다. 1998년에 염색질 구조와 기능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자 후성유전학 연구를 시작했으며, 주로 고도로 압축포장 된 이질염색질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연구했다. 2002년부터는 국립암센터 연구소의 책임연구원으로 후성유전 조절과 암 발생의 관련성을 연구했다. 연세대학교로 옮긴 후 배아줄기세포의 분화 과정과 후성유전의 연관성을 연구했으며, 여기서 얻은 영감으로 항암제 내성과 암 재발의 주요 원인인 암 줄기세포의 특성과 기능에 후성유전 조절 시스템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또한 암 줄기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물 개발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에서 에피유전체학분과장을 지낸 바 있다.


목차

추천의 글 ㆍ 005

서문 ㆍ 008


1 부 후성유전이란?

1장 라마르크의 귀환, 후성유전 ㆍ 017

라마르키언, 라마르크의 후계자들 | 후성유전학의 등장 | 획득형질 유전의 증거

2장 디지털 암호로 된 DNA 속의 유전정보 ㆍ 040

DNA 속의 유전정보를 읽어내는 과정 | DNA에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방법 | DNA 유전정보로부터 단백질을 만드는 원리

3장 DNA의 포장 시스템 ㆍ 057


2 부 같은 DNA, 다른 운명

4장 일란성 쌍둥이는 완전히 똑같을까? ㆍ 069

5장 우리 몸을 만드는 세포의 탄생 비밀 ㆍ 077

6장 유전자와 형질의 일반적인 관계 ㆍ 088

나비의 날개 색깔로 살펴본 유전자와 형질의 관계도 | 유전자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형질들

7장 DNA는 우리의 운명이라는 등식을 깨는 미스터리들 ㆍ 102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이 만드는 신기한 표현형 | 후성유전적 작동 시스템과 연관된 표현형 | 후성유전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미스터리 표현형


3 부 후성유전으로 풀어낸 생명 현상

8장 DNA 포장 시스템의 특별한 사용설명서 ㆍ 123

이질염색질 연구의 시작과 최대 전환점 | 압축포장의 결과물인 이질염색질의 종류와 역할 | 이질염색질을 만드는 압축포장 기술의 원리

9장 종 보존을 위한 분자저울 ㆍ 154

성 결정 시스템과 분자저울의 상관관계 | 생물종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분자저울 시스템 | 포유류에서 압축포장 된 성염색체의 발견과 의미 | 포유류 분자저울 시스템의 원리


4 부 새롭게 밝혀진 질환의 원인, 후성유전 오류

10장  단성생식을 막아라 ㆍ 177

생쥐 모델에서의 각인 현상 | 각인과 연관된 사람의 유전질환

11장  세포기억 시스템의 기적 ㆍ 197

초파리 모델의 개체 발달 과정 | 개체 발생의 기적을 가져다준 세포기억 시스템

12장  우리 몸속의 암세포를 찾아서 ㆍ 211

암세포의 기본 특성과 발생 원인 | 후성유전적 오류에 의한 돌연변이 | 후성유전학에서 찾은 암 치료의 새로운 길 | 암 환자 생존율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전략


나가며: 생물학 연구의 블루오션, 후성유전학 ㆍ 234


에필로그 ㆍ 242

추위를 견뎌내야만 꽃을 피우는 식물의 비밀 | 세포기억 시스템의 오류와 암 발생 | 후성유전으로 풀어본 노화와 식생활 상식 | 생체시계를 관리하는 후성유전 | 장내미생물-숙주세포 상호작용도 후성유전적 변화가 동반된다 | 후성유전이란 극장의 레드 카펫을 빛내는 비암호화 RNA


감사의 글 ㆍ 266

참고문헌 ㆍ 268


추천사

장수철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교수, 『아주 특별한 생물학 수업』 저자)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유전체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유전자 사용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져 왔다. 수많은 생물학자가 이에 관한 연구를 거듭했고, 후성유전학에 이르러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고 있는 듯하다. 다윈과 멘델이 구축한 진화와 유전학의 튼튼한 기초 위에 라마르크의 정교함이 더해진 것이다. 후성유전학은 암, 노화, 유전병, 생체시계 등의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진화의 설명 범위를 더 넓히고 있다.


최광민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장연규 교수는 유전자 발현의 후성유전학적 조절을 연구하고 암 줄기세포의 특성을 분석하는 일선의 현장 연구자이자, 연세대학교에서 우수강의교수상을 수상한 열정적인 교육자다. 『유전자 스위치』는 그런 그가 일반 독자를 위해 알기 쉽게 설명한 후성유전학 안내서라 할 수 있다.


책 속으로

생명체의 형질을 결정하는 것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라는 유전물질에서 기인합니다. 그렇기에 일란성 쌍둥이는 똑같은 DNA를 가지고 태어났으므로 같은 형질을 가질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죠. 태어나자마자 서로 다른 나라로 입양되어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쌍둥이가 성인이 되어 만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두 사람은 얼굴 모습, 체형, 식습관, 취미 등에서 닮은 점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의 형질이 닮은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의 DNA가 똑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가정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라고 하더라도 형질이 완전히 같지 않고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 또한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같은 DNA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형질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랫동안 그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한 사람들 덕분에 후성유전학의 개념이 정립되었습니다.

- 1부 1장 라마르크의 귀환, 후성유전/17~18쪽


그렇다면 과연 유전자가 개체의 형질을 결정하는 유일한 인자일까요? 라마르크의 주장은 완전히 틀린 것일까요? 유전자가 형질을 결정하는 유일한 인자라는 주장은 멘델이 유전법칙을 발표한 이후부터 최근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러나 유전자가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형질이 결정되는 증거가 나오면서 후성유전학이라는 분야가 새로이 대두됐습니다. 후성유전학의 원리와 개념들은 멘델의 유전법칙으로 설명되지 않던 미스터리들을 풀어내는 데에 있어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 주었고 라마르크의 주장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2부 4장 일란성 쌍둥이는 완전히 똑같을까?, 후성유전/72쪽


모든 유형의 세포는 필요한 유전자의 전사 스위치만 ON 상태로 켜 두고 불필요한 유전자의 전사 스위치는 OFF 상태로 완전히 꺼둡니다. 그런데 세포 유형이 다르면 개별 유전자의 전사 ON/OFF 스위치에 차이가 있으며, 세포 유형에 따른 전사 ON/OFF 스위치의 상태는 절대 바뀌지 않아야 합니다. 만일 필요한 유전자의 전사 스위치가 꺼지거나 불필요한 유전자의 전사 스위치가 켜지게 되면 세포의 정체성이 무너지게 됩니다. 생명체에서 세포 정체성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은 생명체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따라서 분화 과정에서 정해진 전사 스위치의 상태는 생명체가 죽을 때까지 절대 바뀌지 않아야만 합니다. 세포의 전사 스위치 상태를 구축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후성유전적 작동 시스템인 것입니다.

- 2부 5장 우리 몸을 만드는 세포의 탄생 비밀/80쪽


사람의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다섯 개보다 많아지는 다지증, 입술의 인중 부위가 갈라지는 구순구개열(cleft palate)의 형질을 결정하는 돌연변이 대립유전자는 야생형 대립유전자보다 우성입니다. 따라서 부모 중 어느 한쪽으로부터라도 돌연변이 대립유전자를 받으면 다지증이나 구순구개열이 나타나야 합니다. 멘델의 우열 법칙이 충실히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이형접합자의 경우 우성 대립유전자에 따라 형질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지증이나 구순구개열 대립유전자를 가진 이형접합자인 사람의 경우 형질이 발현되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역학조사를 통한 연구에 따르면 다지증 원인 유전자를 가진 사람 중에서 형질이 나타나는 비율은 80% 정도입니다. 다지증을 앓는 사람의 경우 사지에 모두 다지증이 생기는 경우와 일부에만 다지증이 생기는 경우, 육손이와 칠손이 등 개인차를 보이는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 2부 7장 DNA는 우리의 운명이라는 등식을 깨는 미스터리들/113쪽


이질염색질을 만드는 압축포장 시스템의 작동 방식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압축포장 기술은 생물종마다 차이가 있으며, 이질염색질의 종류 및 용도에 따라서도 다른 방식을 이용합니다. 일반적으로 고등생물체일수록 다양한 압축포장 기술을 사용합니다. 기본적인 압축포장 기술은 여러 생물종에서 공통적으로 보유하고 있지만 고등생물체는 발전된 압축포장 기술을 추가로 더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DNA 메틸화’는 포유류에서 사용되는 최고 수준의 압축포장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효모나 초파리에도 DNA메틸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와 유사한 것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DNA 메틸화’ 효소를 만들지 못해서 이 기술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어찌 됐든 단세포 생물체인 빵 곰팡이가 ‘DNA 메틸화’라는 압축포장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매우 예외적이면서도 특이한 일인 것입니다.

- 3부 8장 DNA 포장 시스템의 특별한 사용설명서/146쪽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종에서 성별을 구별하는 데 사용하는 성염색체는 생물종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X와 Y 염색체를 사용하는데, 수컷은 퇴화한 성염색체인 Y를 가지고 있습니다. 닭을 포함하는 일부 조류에서는 W와 Z 염색체를 사용하는데, 암컷이 퇴화한 성염색체인 W 염색체를 가집니다. 이 경우에도 성염색체 중 하나가 퇴화했기 때문에 암수 간의 유전자량 차이가 발생하며, 이를 보정하기 위해 유전자량의 균형을 맞추는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유전자량을 보정하는 분자저울 시스템은 생물종에 따라 약간씩 차이를 보이므로 다양한 분자저울 시스템의 작동 원리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3부 9장 종 보존을 위한 분자저울/160쪽


수정란은 세포 분화 과정을 거쳐 다양한 세포로 발달합니다. 이때 후성유전 조절 시스템이 전사 ON/OFF 스위치를 이용하여 각 세포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후성유전 조절 시스템이 구축한 전사 ON/OFF 스위치의 상태는 세포 유형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포 분화 과정에서 세포는 해당하는 유형에 따른 고유한 후성유전체를 각각 가지게 되는데, 이 후성유전체는 세포분열이 반복되어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유지됩니다. 즉 개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세포 유형별로 만들어진 후성유전체가 처음 형성되었던 그대로 유지되며, 이 현상을 세포기억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나의 세포인 수정란이 다양한 세포 유형으로 구성된 조직과 기관을 가진 개체로 발달하는 기적이 가능한 것은 후성유전 조절 체계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4부 11장 세포기억 시스템의 기적/198쪽


종양억제유전자의 기능 상실로 종양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오류가 생긴 종양억제유전자의 기능만 회복해 주면 암세포의 성장이 멈추리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 전략을 사용한 것이 바로 보리노스태트라는 후성유전학 관련 약물입니다. 기존 항암제는 대부분 암세포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상세포를 함께 파괴하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또한 암 발생 원인으로 알려진 표적에 대한 맞춤형 항암제를 쓴다고 하더라도 다른 원인으로 생긴 암에는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현실입니다.

만약 환자의 암이 후성유전적 오류로 인해 생겼다면 이런 오류는 보리노스태트와 같은 후성유전학 관련 약물 외에는 고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후성유전적 오류가 고쳐지면 종양억제유전자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고 암세포의 사멸까지도 유도할 수 있으므로 기존의 항암제에 반응이 없던 암도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보리노스태트의 임상 결과는 후성유전학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아주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4부 12장 우리 몸속의 암세포를 찾아서/224~225쪽


우리는 왜 후성유전학에 주목해야 할까요? 후성유전은 유전자가 같아도 선택과 노력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기 때문이라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물론 우리가 어떤 선택과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운명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후성유전 현상에 관한 연구에는 당연히 명과 암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쪽을 믿을지를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현명한 선택과 적절한 노력이 있다면 후성유전을 통해 DNA에 흔적과 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형질을 바꾸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우리 삶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입니다. 바로 희망의 메시지를 공유하고 싶은 것입니다.

- 나가며: 생물학 연구의 블루오션, 후성유전학/234쪽


출판사 서평

유전자가 같아도 삶이 달라지는 이유

유전자 스위치로 작동하는 후성유전 시스템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일까 혹은 노력일까? 살면서 우리가 얻게 된 능력은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우리 자신과 다음 세대의 삶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걸까? 다윈과 라마르크에 의해 시작된 획득형질 유전에 대한 문제는 생물학과 진화유전학의 중심에서 오랜 시간 논쟁을 이어왔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DNA의 구조가 밝혀지고 모든 것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유전자 결정론이 지배하게 되자 유전 이외의 영향력에 대한 주장은 힘을 잃는 듯이 보였다. 논쟁의 판도를 바꾼 것은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다. 후성유전은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DNA 발현과 기능이 변화하고 세대 간에 유전되는 현상을 말한다.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사람도 환경과 경험에 따라 형질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20세기 후반 본격화한 후성유전 연구는 우리 몸에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 세포의 핵에 존재하는 DNA에는 염기서열의 형태로 유전정보가 기록돼 있다. 그런데 우리 몸은 유전자에 있는 모든 정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일정 정보를 활성/비활성화해 활용한다. 이때 DNA 일부 구간의 정보를 켜고 끄는 시스템이 바로 후성유전 시스템이다. 타고난 유전자는 변하지 않지만 우리의 습관이나 먹는 음식, 환경 등이 유전자 스위치 작동에 영향을 준다. 또한 이 스위치의 온/오프 결정이 유전되는 현상도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 발현과 변형은 대물림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관련 연구는 질환 치료와 예방, 양육과 교육, 습관과 식성 등 주변의 환경과 몸의 상호작용에 대한 광범위한 주제로 확장되고 있다. 후성유전학이 생물학과 유전학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고 전문가의 후성유전 해설

최신 후성유전 연구를 한 권에 담다


수년간 후성유전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저자인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장연규 교수는 후성유전에 대한 개념과 최신 동향을 알기 쉽게 소개하기 위해 『유전자 스위치』를 썼다. 후성유전학은 단순히 DNA의 형질 변화를 이끌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만은 아니다. 후성유전은 우리 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를 알려주는 신비로운 생명 현상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책을 읽다 보면 후성유전 시스템의 구체적인 과정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다양한 현상들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후성유전의 영향은 실로 방대하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수정란이 분화하고 개체가 형성되는 발생학적 과정, 신체가 외부 바이러스에 대항해 일어나는 면역 반응, 부계나 모계 중 한쪽 유전자의 발현을 차단하는 각인유전자, 특정 질환을 유발하거나 억제하는 유전자의 발현 과정 등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신비가 후성유전과 관련된다. 생물학과 유전학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시선을 갖춘 저자의 안내를 통해 독자들은 후성유전과 함께 인체의 신비가 더욱 선명하게 이해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 스위치』는 총 12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기존 유전학이 후성유전학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와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유전이 확인된 예를 설명한다. 2장과 3장에서는 후성유전의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 유전자의 구조와 유전자가 응축되고 포장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4장에서는 일란성 쌍둥이의 유전자 발현이 서로 달라지는 이유를 후성유전과 관련해 상세히 설명한다. 5장에서는 생명 탄생을 위한 세포 분화 과정에서 후성유전 시스템의 역할을 알려준다. 6장과 7장에서는 유전자형과 형질의 관계를 설명하는 멘델의 유전법칙 등 전통적인 유전의 틀을 깨는 생명 현상과 여기에 후성유전적 시스템이 개입하는 경우들을 소개한다. 8장에서는 후성유전이 이루어지는 주요 방식 중 하나인 DNA 포장 시스템을 상세히 살피고, 최고 수준으로 압축 포장된 이질염색질이 구성되는 다양한 현상들을 확인하며, 9장에서는 분자저울 시스템을 통해 일어나는 X염색체 불활성화 현상과 이를 위한 차별화된 압축포장 방식을 사용하는 Xist RNA의 활약을 다루고 있다. 10장에서는 몇몇 유전질환과 함께 각인 현상을 좀 더 상세히 살피고 있으며, 11장에서는 생명이 수정란에서 성체가 되기까지 같은 세포가 어떻게 후성유전에 의해 각각의 기관이 될 수 있는지 세포기억 시스템과 관련해 설명한다. 끝으로 12장에서는 암을 치료하기 위한 후성유전의 원리와 관련 약물 개발의 동향을 살핀다.



획득형질은 유전될 수 있다

경험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방식


저자는 후성유전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획득형질의 유전을 주장했던 라마르크의 주장을 재검토한다. 많이 쓰는 형질은 발달하고 쓰지 않는 형질은 퇴화한다는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은 당시 널리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렇게 획득한 형질이 유전된다는 주장은 학자들에게 조롱을 받았으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정받지 못했다. 만약 유전자의 염기서열은 바뀌지 않으나 발현이 달라지고 그에 따른 형질이 유전되는 현상을 획득형질의 유전이라 할 수 있다면 후성유전학의 등장 이후 라마르크의 주장은 재고돼야 한다.


저자는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유전되는 두 가지 방식을 실험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먼저 생식세포를 통해 유전되는 경우다. 아벨 어니스트(Abel Ernest) 박사 연구팀과 조르주 쏠레이(Georges Tholey) 그룹은 숫쥐를 알코올에 일정 기간 노출한 후 야생형 암쥐와 교배했을 때 자손 개체 중 수컷의 체중이 감소하고 인지 기능 장애 및 행동 장애를 보이며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형질의 변화는 3세대 수컷 자손에게도 전달되었다. 숫쥐 모델 연구는 돌연변이가 아닌 후성유전학적 시스템으로 일어난 형질 변화가 생식세포를 통해 자손에게 전해진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했다. 또한 경험 의존적 방법으로 유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설치류를 모델로 한 연구에서는 생후 1주일간 수유기 돌봄의 양상에 따라 새끼의 행동 특성이 결정되고 성체가 된 후에도 그 특성이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수유기에 좋은 돌봄을 받은 새끼들은 형질 변화로 인해 성체가 되어 자손을 얻었을 때 새끼를 더 잘 돌보게 된다. 이는 경험을 통한 획득형질도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결과다. 생식세포 그리고 경험 의존적 유전은 모두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생물 진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물론이고 단순히 유전자 운반체가 아닌 개인들에게 자신의 운명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선택과 주도권, 그 영향력의 무게를 다시금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유전자 너머의 생명 원리

운명을 바꾸는 DNA 포장·응축의 기술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후성유전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할까? 후성유전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DNA와 그 구조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우리 세포 안에 존재하는 DNA의 길이는 수 미터에 달하지만 DNA를 담는 세포핵의 지름은 5~8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몸은 압축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DNA 가닥을 히스톤 단백질이라는 구체에 1.75번 감아 염색질의 형태로 포장하는 것이다. 이런 실모양의 염색질이 세포분열 시 뭉치면 우리가 흔히 아는 X자 모양의 염색체가 된다.

우리 몸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끊임없이 DNA의 유전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 성장기 세포분열, 피부세포의 재생, 항체를 만드는 과정 등 때마다 DNA에서 정보를 읽어내 단백질을 만든다. 이때 필요한 것이 DNA 정보를 읽어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RNA다. 그런데 필요한 유전자에서만 RNA를 만들어 단백질 생산에 사용하며, 불필요한 유전자에서는 RNA를 만들지 않는다. 우리 몸 속의 모든 세포는 같은 유전체를 공유하지만, 필요한 유전자와 불필요한 유전자를 구분하여 선별적으로 전사하는 방식으로 형질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렇듯 유전자의 전사 여부를 결정하는 관리자가 바로 후성유전 시스템이다. 전사를 차단하기 위해 DNA를 감은 히스톤 구체의 간격을 좁혀 응축시킨다. 심한 압축포장 탓에 RNA 합성에 필요한 조절인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몇 가지 기작이 있다. 다양한 히스톤 메틸화 중 일부는 특정 히스톤 꼬리에 메틸기 암호를 새겨 응축을 일으키고 전사를 불가능하게 한다. 반대로 히스톤 아세틸화는 히스톤의 응축을 해제해 전사를 가능하게 한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 프로모터 부위에 메틸기 암호가 붙어 특정 영역을 읽어내지 못하게 하는 태그 기능을 하며 히스톤 메틸화와 함께 압축포장 또는 응축을 완성해낸다. 이 외에도 원본 DNA로부터 전사를 활성화하고 비활성화하는 다양한 유전자 스위치의 작용이 모두 후성유전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후성유전의 시대가 온다

후성유전 시스템 조절로 암을 치료한다


유전자 발현의 조절은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을 설명해준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의 형질 변화 양상, 우리 몸 안의 DNA가 모두 동일한데도 다른 신체 기관으로 발달할 수 있는 이유, 유전자에 모든 정보가 있음에도 인간이 단성생식을 할 수 없는 이유, 부모의 털색이 아닌 모자이크 색을 갖고 태어나는 생쥐와 고양이, 프레드 윌리 증후군(PWS)과 엔젤만 증후군(AS)이 발생하는 이유, 종양억제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는 이유 등이 모두 후성유전과 관련되어 있다. 저자는 이들 사례를 통해서 후성유전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 시대의 과학이 어느 정도까지 관련 현상을 해명하고 있는지 쉽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최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후전유전학 관련 암 치료제 보리노스태트(Vorinostat)와 암 발생 과정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설명한다. 좀비처럼 무한히 증식하고 우리 몸의 세포를 파괴하기도 하는 암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것과 후성유전 시스템 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암 발생의 원인이 되는 원발암유전자와 종양억제유전자의 세포 증식 및 억제의 원리를 설명하고 후성유전학적 오류, 즉 후성돌연변이(epimutation)로 인한 암 발생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준다. 이뿐만 아니라 후성유전학과 관련한 다양한 약물의 개발 과정과 전략, 원리를 소개하며 후성유전학이 암 치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그 전망도 함께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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