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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프리온, 살인단백질의 네 가지 얼굴 , D. T. 맥스 저자(글) · 강병철 번역, 꿈꿀자유 · 2022년 08월 01일2023-09-0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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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온, 살인단백질의 네 가지 얼굴 , D. T. 맥스 저자(글) · 강병철 번역, 꿈꿀자유 · 2022년 08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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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소위 “광우병 사태” 중에 《살인단백질 이야기》란 제목으로 출간되어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이 책은 프리온 질환의 결정판이다. 14년이 지난 지금은 온갖 정치적 소란에서 벗어나 프리온이라는 생물학적 수수께끼를 보다 과학적인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프리온 질병이라는 현상이 갖는 의미도 전혀 달라졌다.


프리온은 살아있는 병원체가 아니다. 그저 단백질일 뿐이다. 하지만 프리온 질병은 유전되기도 하고(유전성), ‘그저 불운에 의해 우연히’ 생기기도 하며(산발성), 프리온 단백질을 섭취함으로써 전염되기도 한다(전염성). 한 가지 질병이 이렇듯 세 가지 다른 방식으로 발병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프리온 질병의 수수께끼가 하나씩 풀리면서 이제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보건 문제인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해 파킨슨병, 헌팅턴무도병, 다발성경화증, 크론병이나 류머티스 관절염, 성인형 당뇨병 등 많은 질병을 단백질 구조 이상이라는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프리온의 발견은 인류를 괴롭히는 많은 질병을 극복하는 데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도 모른다. 한편, 프리온은 고대 인류가 한때 식인 풍습을 지니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흥미로운 가설과도 연관된다.

무엇보다 프리온은 인간이 욕망과 능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또한 우리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언제나 겸허하게 지켜야 할 선을 넘지 말라고 가르친다.


이 책은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에 이은 꿈꿀자유 감염병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이다. 시리즈는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감염병들을 소개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보듯 병원체는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힘을 갖고 있으며,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로 인해 점점 자주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 미래의 열쇠가 있다고 믿기에 깊은 통찰을 주면서도 소설 못지 않게 흥미진진한 미생물과 감염병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저자(글) D. T. 맥스


인물정보

과학/공학칼럼니스트

(D. T. Max)

1984년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다. 《워싱턴 스퀘어 프레스》 《호우턴 미플린》 《뉴욕 옵저버》의 편집자로 일했고, 《뉴요커》 《뉴욕 타임스 매거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시카고 트리뷴》 등에 문학, 문화, 과학에 관한 평론, 서평, 기사를 썼다. 2010년 이후 지금까지 《뉴요커》 상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신체 단백질의 구조가 변형되어 생기는 병을 앓고 있으며, 자신의 병이 두 아이에게 유전되었을 가능성을 염려한다. 프리온 질병을 완치하는 방법을 알아내면 자신의 병이 완치되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고, 그 반대 역시 가능하리라는 희망으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의 내용은 2006년 미국 최고의 과학문헌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 재수록되었다.


번역 강병철


인물정보

소아과의사 출판인/발행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툭하면 아픈 아이, 흔들리지 않고 키우기》, 《이토록 불편한 바이러스》를 썼고,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뉴로트라이브》, 《암 치료의 혁신, 면역항암제가 온다》,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 《치명적 동반자, 미생물》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로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로 제4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목차

옮긴이의 말

한국어 초판 옮긴이의 말

머리말


1부 깊은 밤 홀로

의사들의 딜레마 1765년, 베니스

메리노 광풍 1772년, 영국

피에트로 1943년, 베네토


2부 어둠을 밀어내다

강력한 마법 1947년, 파푸아뉴기니

미국 의사 1957년, 파푸아뉴기니

원숭이 1965년,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보Boh!” 1973년, 베네토

화학자에게 딱 맞는 문제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샌프란시스코

하나로 모이다 1983년, 베네토


3부 자연의 역습

소들의 묵시록 1986년, 영국

오잉키스 1996년, 영국

프리온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계 1970년대~현재, 미국·영국

사람이 사람을 먹었을까? 기원전 80만 년, 전 세계

미국은 안전한가? 오늘날, 미국


4부 새로운 희망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 희생자들을 위해 현재, 베네토


후기 프리온 질환과 나의 질병


찾아보기


책 속으로

P40 프리온 질환은 지적 욕구를 자극하는 의학적 미스터리다. 지금으로서는 유전, 감염, 우연(‘산발적’이라고 한다)이라는 세 가지 발병 경로를 모두 취하는 유일한 병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프리온 질환의 가설(아직 모두가 동의하는 표준적인 확진법이 없으므로 ‘가설’이란 용어를 썼다)은 프리온이 생물계에 존재하는 유일한 종류의 감염 병원체, 즉 감염성 단백질이기 때문에 이런 3중의 발병 경로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프리온은 단백질이지만 바이러스나 세균과 똑같이 행동한다. 프리온이 발견되기 전까지 과학자들은 단백질에 이런 능력이 있으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냈다가 기능을 완수한 후에 폐기시키는 신체 건축용 블록으로 생각했다. 어떤 책에서는 ‘자연계의 로봇’이라는 경멸적인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P57 질병 사전을 아무리 뒤져봐도 의사의 증상에 맞는 감염증은 없었다. 그는 단순히 열만 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불안감에 시달렸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말처럼 땀을 흘렸으며, 깊숙한 내부에서 배어나는 듯한 오한에 몸을 떨었다. 극도로 지친 상태에서도 꿈으로 뒤범벅된 얕은 잠에 들었나 하는 순간 깨어났다. 하인들은 그가 창문을 문인 줄 알고 두드려대는 소리를 듣거나, 거머리를 넣어 두는 검은 유리병에 있지도 않은 물을 첨벙거리며 치료용 거머리를 꺼내는 시늉을 하는 모습을 훔쳐보았다. 주인을 깨우러 방에 들어가는 하인들 뒤로 근심 가득한 부인이 뒤따르곤 했으리라. 그는 잠이 무엇인지, 휴식이 주는 느낌이 어떤지 잊은 지 오래였다. “피곤하구나.” 그는 베니스어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하인들이 물러가고 부인만 남은 자리에서는 가장 깊은 공포를 토로하곤 했으리라. “아무래도 미쳐 가는 모양이오.” 정녕 그는 미쳐가고 있었을까? 신이 이성의 힘을 앗아가버린 불쌍한 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세레니시마에서 석호의 가장 후미진 곳에 마련한 시설이 그의 운명일까?


P80 지주들은 메리노를 토착종과 교배한 후, 태어난 직계 자손과 다시 교배했다. 한 마리의 메리노 수놈이 어떤 양의 5대조이자 아버지일 수도 있었다. 거듭된 동종교배로 인해 사실상 순종이나 다름없었지만 어쨌든 잡종 메리노라고 불린 후손들은 우수한 형질을 보급한다는 차원에서 다시 다른 지주에게로 보내졌다. 1802년 아서 영은 “영국 거의 모든 지역에” 메리노가 분포한다고 쓸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이 양들에게 지옥 같은 일이 벌어졌다. 누가 영국인들을 탓할 수 있으랴? 5세기 넘도록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려온 그들을. 결과를 신중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도 용서할 수밖에 없으리라.


P146 북부 포레이족은 카마노족에게서 식인풍습을 배웠다. 북부 포레이족을 추앙하던 남부 포레이족 역시 이 풍습을 받아들였다. 어떤 포레이족의 묘사를 보자. “타와지란 이름을 썼던 조상이 … 마법에 의해 죽었을 때 시작되었지요. 그의 시신을 크라완티로 옮겨 요리한 후 모든 지역에 살을 나누어줬어요. 맛을 본 사람들은 다들 좋아했지요. ‘기막힌 걸!’ 사람들은 입을 모았어요. ‘뭐가 문제야, 정신 나갔어? 이렇게 맛난 음식이 있는데, 지금까지 안 먹고 뭐했담.’” 인구증가로 인해 이 풍습은 삽시간에 퍼졌다. 굶는 사람이 없어도 포레이족은 식인을 즐기게 되었다. “포레이족의 식인풍습에 관해 꼭 기억할 것은 인육을 맛있는 음식으로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즐겼던 거죠.”


P191 프루시너는 수수께끼의 병원체가 무엇이든 새로운 이름을 붙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들려주기 좋아하는 얘기가 있다. 천체물리학자인 친구가 ‘쿼크quark1◆’처럼 간단하고도 뚜렷한 인상을 주는 단어를 선택하라고 충고했다는 것이다. 경쟁자들의 이니셜을 이리저리 짜맞추는 지루한 회의 중에 프루시너는 생각을 거듭했다. 마침내 ‘프리온’이란 이름이 떠올랐다. 《네이처Nature》는 “‘작은 단백질로 된 감염성 입자’를 의미하는 다소 억지스러운 두문자어頭文字語”라고 평했다. 억지스러울지 몰라도, 인상적인 것은 사실이다. ‘프리온’이란 말은 생화학 용어치고 섹시한 편이다. 마치 물리학자가 발견한 것처럼 첨단 분위기를 풍긴다. 일렉트론(전자), 뉴트론(중성자), 포톤(광자) … 그리고 프리온. 친구들은 ‘프리온’이란 단어가 프루시너의 마음에 든 이유는 발음상 그의 이름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P247 폰 리비히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영양부족으로 어지러움을 느끼는 유럽의 모든 여성이 “리비히즈”를 사 먹었다. 노동계급을 위한 쇠고기 에센스를 발명한 지 1년 정도 지나자, 그는 할 일이 남았음을 깨달았다. 단백질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에서도 수익을 올릴 길이 보였던 것이다. 우선 찌꺼기에 소금을 뿌리고, 한 잡지에서 고상하게도 “고기 섬유질 잉여물”이라고 표현했던 것들을 섞어 돼지에게 먹여보았다. 돼지들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단맛을 내는 물질을 섞어주면 그런대로 참고 먹었다. 곧 농부들은 이 혼합물을 소와 닭에게도 먹이기 시작했다. 말들은 절대 먹지 않았다.

머지않아 두 종류의 동물성 단백질이 동물사료로 쓰이게 되었다. 사람들이 먹지 않는 부위로 만든 ‘미국산 고기 사료’와 병든 짐승의 사체로 만든 ‘독일산 사체 사료’였다. 두 제품 모두 가축의 체중을 급속히 증가시켜 축산업계의 히트상품이 되었다. 병든 짐승으로 만든 사료가 음식 매개성 감염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1909년 발표된 한 과학적 지침서는 “회전식 칼날이 장착된 커다란 원통에 초고온 증기를 가하면” 고기에서 모든 감염균을 제거해 안전한 분말을 만들 수 있다고 장담했다. 원래 초식동물인 가축에게 억지로 다른 가축의 고기를 먹인 행위는 결과적으로 이들을 동종포식 동물로 만든 셈이었다.


P258 수치스럽게도 사태는 영국 정부의 손을 벗어나 걷잡을 수 없이 치달았다. 유럽은 영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했다. 존 메이저는 이 결정에 ‘놀라움’을 표시했지만, 영국 내에서도 쇠고기 판매량은 바닥 모르게 추락했다. 슈퍼마켓에서는 주문을 취소했고, 가축상들은 소의 구매를 중단했으며, 농부들은 하루아침에 키우던 가축을 몽땅 떠안는 신세가 되었다.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는 소들이었다. 한 농업저널은 소 한 마리가 “종말이 가까웠도다”란 표지판을 목에 건 한컷 만화를 싣고 “소들의 묵시록!”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P291 그들이 식인풍습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유럽인들이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즈텍 문명을 파괴한 스페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학살하는 이 야만인들이 인육을 먹는 종족이므로 관용을 베풀 가치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생각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아즈텍인들 역시 식인종의 존재를 믿었다. 사실 식인종의 이미지는 그들의 신화적인 삶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들은 남쪽과 북쪽에 사는 인디언을 식인종이라고 생각했다. 식인풍습 같은 짓을 하는 것은 항상 남이다. 코르테스와 병사들이 침입했을 때도 그들은 새로운 식인부족이 자신들을 공격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스페인 사람들과 그토록 처절하게 싸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결국 그들이 옳았다. 그란돌리나에서 발견된 것은 최초의 유럽인 화석이었다. 그때부터 이미 유럽인들은 서로를 잡아먹고 있었다.


P333 조나선의 치료는 레이첼 포버보다 성공적이었다. 펜토산은 프리온 단백질이 악성 단백질로 전환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부위에 결합해 효과를 나타낸다. 자물쇠 구멍에 가짜 열쇠를 미리 꽂아 두어 맞는 열쇠가 있어도 열 수 없게 하는 것과 같다. 그는 알려진 사람 중에 가장 오래 생존한 프리온 질환 환자다. 잘 살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레이첼 포버가 거짓말 같은 회복과 급격한 악화의 드라마라면, 조나선 심스는 미미한 호전은 있을지 몰라도 가까스로 죽음을 막는 정도라 할 것이다. 혈압이 정상으로 낮아지고, 체중도 회복되었으며, 삼키거나 잠을 자는 능력이 돌아온 것은 사실이다. 치료를 시작한 지 1년 후인 2004년에는 좋아하는 축구팀의 경기 중계를 듣고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켜” 비슷한 말을 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다시 사람들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침대에서 돌아눕거나 혼자 힘으로 식사를 할 수는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호전에도 불구하고, 스캔상 뇌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조나선은 안정적이오.” 2005년 CJD 환자 가족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심스는 말했다. “우리 애는 괜찮아요.”


P349 내 병의 예후는 비참하지 않다. 만성적일 뿐이다. 나는 걸을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 나는 다리 보조기를 착용한다. 위축된 근육에 전기 자극을 주기 위해 작은 변환기를 사용한다. 샤르코가 개발한 기법이다. 그는 썼다. “우리는 근육에 영양을 공급하는 데 전기 자극이 가장 좋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나는 크레아틴이라는 아미노산보충제 분말을 복용한다. 폰 리비히 남작의 발명품이다. 나는 내가 처한 상황에 익숙하다. 무엇에든 익숙해질 시간이 얼마든지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나는 프리온 질환에 걸린 어떤 사람보다 운이 좋다. 진료실을 나설 때, 의사는 1~2년 후 다시 보자고 한다. 나는 때때로 그렇게 한다. 때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때때로 나는 뭔가 더 알아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다른 의사를 찾는다. 어쨌든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닌 것이다. 언젠가 어디선가 누군가는, 내가 지닌 병이 무엇이든, 치료법을, 최소한 이름이라도, 알고 있으리라.




출판사 서평

탐정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생물학의 가장 깊은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과학 이야기. 눈을 뗄 수가 없다. - 마이클 폴란, 《잡식동물의 딜레마》의 저자


지켜야 할 선을 넘으면 자연은 반격에 나선다.

프리온 질병의 원조격인 스크래피는 양(羊)의 질병이다. 원래 양은 몸집이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18세기 유럽에서는 양을 “풀을…돈으로 바꾸는 기계”로 만들기 위해 동종교배라는 육종법을 도입했다. 우수한 형질의 양을 얻으면 자손을 다시 그 양과 교배했다. 기준에 못 미치는 양은 가차없이 도축했다. 한 마리의 양이 어떤 양의 5대조이자 아버지일 수도 있었다. 동종교배 결과 영국에서는 많은 고기를, 스페인에서는 질 좋은 양모를 얻었지만 일단 스크래피가 돌자 양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파푸아뉴기니의 쿠루는 원주민 부족이 죽은 친척의 시체를 나눠 먹으면서 시작되었다. 광우병은 더 많은 젖과 고기를 얻기 위해 소에게 죽은 동물의 사체를 가공한 사료를 먹여서 발생했다. 하나같이 발전을 지향했지만 동종교배나 인육을 먹는 행위, 초식동물인 소에게 육식성 사료를 먹이는 축산 기법은 뭔가 지켜야 할 선을 넘은 느낌을 준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능력은 무섭게 커지지만,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능력은 여전히 미숙하다. 마치 위험한 살상무기를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어린이를 보듯 조마조마하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없다.

동어반복처럼 들리지만 실로 과학의 역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투쟁이었다. 세균과 바이러스는 언제나 우리 앞에 있었지만, 인간이 그것들을 “보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다. 전염병은 농경의 시작 이래 인류의 역사를 좌우했으나 우리가 세균을 관찰하기까지는 1만 년이 걸렸으며, 그 뒤로도 수백 년이 지난 이제야 미생물의 중요성을 제대로 깨닫는 중이다. 모두 과학기술의 덕이다. 하지만 이제 그 그늘이 인류의 머리 위에 짙게 드리워 있다. 인간의 탐욕은 이제 삶의 터전인 지구를 살기 어려운 곳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욕망을 절제할 줄 모르고, 미지의 영역이었던 지하와 해저를 거침없이 침범한다. 영구동토층의 봉인이 풀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구가 살기 어려우니 우주로 진출하자는 생각이 터무니없는 오만이 아니라 개척정신으로 평가받는다. 이 또한 뭔가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볼 수 있을까? 볼 수 있다면 정의롭게 대처할 수 있을까?

지층 깊숙이서, 바다 밑 어두운 심연에서, 우리가 개척하려는 이름 모를 행성에서 새로운 병원체가 나타날 가능성은 없을까? 우리는 과학기술의 힘으로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는 없다. 생명체가 아닌 한낱 단백질이 전염성 병원체가 될 수 있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 병원체가 우리 몸속에 이미 존재하는 정상 단백질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바꾼다는 개념도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전혀 새로운 영역에서 전혀 새로운 병원체가 나타나 전혀 새로운 병을 일으킨다면 그 파장은 얼마나 클까?


프리온에 관한 다른 책은 던져버려라. 이 한 권으로 족하다. 편안한 자리를 찾고, 일정을 모두 취소한 후, 책 속에 뛰어들라. - 로리 개럿, 《전염병이 온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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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

신경과학(뇌의 탐구), 65000원,

저자: Mark F. BEAR , Barry W. CONNORS , Michael A. PARADISO 저자(글) · 강봉균 , 감경윤 , 권오주 , 김경태, 김선정, 김인범, 김종남, 민철기, 박병운, 박수철, 박중진, 백자현, 서민아, 서정석, 성기욱, 신기순, 윤봉준, 이승희, 이용석, 이원택, 전창진, 정설희, 정연두, 번역

신경과학: 뇌의 탐구 | Mark F. BEAR – 교보문고 (kyobobook.co.kr)

 

생태학

생태학, 9판, 40000,

저자: Thomas M. Smith , Rovert Leo Smith 저자(글) · 강혜순 , 이우신 , 오인혜 , 정근 번역

http://lifescience.co.kr/?bbseGoods=257

 

면역학

Janeway’s 면역생물학 9 판, Kenneth Murphy , Casey Weaver 저자(글) · 김영호 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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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by 면역학, Jenni Punt , Sharon Stranford , Patricia Jones , Judy Owen 저자(글) · 대한미생물학회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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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

유전학의 이해 6 판, Benjamin A. Pierce 저자(글) · 전상학 , 권혁빈 , 김남수 , 김세재, 남종길, 소문수, 심용희, 오범석, 유시욱, 이일하, 이임순, 이준규, 장연규, 정민걸 외 번역, 라이프사이언스 · 2017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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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성유전학, 후성유전학연구회 저자(글), 범문에듀케이션 · 2022년 09월 01일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61695043

HARTWELL 유전학, Leland H. Hartwell , Michael L. Goldberg , Janice A. Fischer , Leroy Hood 저자(글) · 한국유전학회 번역, 교문사 · 2022년 0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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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생물학

시스템 생물학조광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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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생물학

필수 세포생물학, Alberts, Bruce , Karen Hopkin , Alexander Johnson , David Morgan , Martin Raff , Keith Roberts , Peter Walter 저자(글) · 김균언 , 김문교 , 김영상 , 김재범 , 김철근 , 명경재 , 박세호 , 박일선 , 성노현 , 이명애 , 이명철 , 이정섭 , 이준규 , 이창중 , 장연규 , 정선주 , 정희경 , 정희용 , 최준호 , 홍석만 , 홍승환 번역 · 박상대 감수, 라이프사이언스 · 2019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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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GENOMES 4 유전체 분자 생물학, T.A. BROWN 저자(글) · 이동희 , 하영미 , 권혁빈 , 정인실 번역, 월드사이언스 · 2018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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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신약개발과 임상시험, 임현자 저자(글), 황소걸음 아카데미 · 2018년 0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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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신약개발 성공전략, 최유나 , 이형기 , 홍예솔 , 원정현 저자(글), 청년의사 · 2022년 0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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