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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픈 자 돌보는 자 치료하는 자 모두를 위한 의료윤리, 김준혁 저자(글), 휴머니스트 · 2021년 10월 18일2023-10-12 14:01
작성자 Level 8

아픈 자 돌보는 자 치료하는 자 모두를 위한 의료윤리, 김준혁 저자(글), 휴머니스트 · 2021년 10월 18일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796111


첨예하게 대립하는 한국 의료 현장에 선 의료윤리학자,

질병과 돌봄, 치료의 조각난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연명의료 중단,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의 헌법 불합치 결정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건,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 사태, 코로나19와 건강세, 의사 파업 사태까지…… 2000년대 들어 발생한 보건의료 사건들은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은 물론 사회, 경제,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더는 의료 문제를 전문가에게만 떠넘길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와 보호자 모두 건강과 질환, 더 나아가 치료와 의료 제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긴박한 의료 현장에서 첨예하게 대립할 때, 우리는 어떻게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여기서 최선의 선택이란, 환자와 보호자, 의료인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살피고 각 의료적 쟁점의 역사적 맥락을 검토한 뒤 내리는 ‘인간의 건강과 삶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가리킨다. 이것이 바로 의료윤리다.

의료윤리학자 김준혁은 국내 의료윤리의 지평을 열고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이 책에서 그는 안락사, 임신중절, 치매 돌봄, 감염병, 유전자조작, 건강세, 의료 정보 공개 등 지금 한국의 현대 의학에서 가장 논쟁적인 의료 이슈를 소개하며, 각각의 역사적 맥락을 안내한다. 이를 둘러싼 환자, 보호자, 의료인의 입장을 살펴보기 위해 실제 사례와 영화, 드라마, 소설 등 여러 작품을 끌어온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는 질병과 돌봄, 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건강과 삶의 문제를 의료윤리적 관점에서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언젠가 의료 문제와 마주할 그때 건강과 삶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을 바탕으로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언젠가 아팠고, 지금 고통받거나 언젠가 아플 이들, 돌봄과 치료의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준혁


인물정보

의료윤리학자

의료윤리학자. 의료윤리는 환자와 보호자, 의료인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살피고, 각 의료적 쟁점의 다양한 맥락을 검토한 뒤 내리는 ‘인간의 건강과 삶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자 ‘최선의 선택’을 가리킨다.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인이 각자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질환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삶과 생활이 깨진 이들을 다시 하나로 불러 모으는 일’은 의료윤리만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약자를 위한 의료, 서로를 보듬어 안는 의료윤리를 꿈꾸고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수이자 한국의철학회 편집이사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후 동 병원에서 소아치과 수련 과정을 마쳤다. 군의관 복무 중 의료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에서 생명윤리 석사를,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료인문학 박사를 마쳤다. 주요 저·역서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서사의학이란 무엇인가》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응급 상황에서 의료자원 분배 및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 설정〉, 〈능력으로서의 건강 개념과 그 의료정의론적 적용〉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 지금 의료윤리를 말한다는 것 ㆍ5


1부 누구의 문제인가


1장 연명의료 중단과 안락사 ㆍ 15

- 법과 윤리 사이에서

존엄사와 안락사는 어떻게 다른가 ㆍ16

‘자발적 안락사’는 자살 행위일까? ㆍ31

연명의료를 둘러싼 생각의 차이 ㆍ45


2장 낙태죄가 사라진 빈자리에서 ㆍ 59

- 낙태, 임신중절, 임신중지

낙태죄를 떠나보내며 ㆍ60

임신중절 허용 논의의 쟁점들 ㆍ76

임신중절, 더 넓은 시야로 보기 ㆍ94


3장 치매와 돌봄의 윤리 ㆍ 105

- 치매 환자를 대할 때 우리는 무엇을 바라는가

국가, 치매를 관리하다 ㆍ106

자율의 이상을 넘어서는 일에 관하여 ㆍ116

아픈 사람을 모시는 일이란 ㆍ131


4장 감염병과 윤리 ㆍ 143

- 코로나19가 지나간 뒤 남을 풍경들

배제와 강제의 대상, 감염병 ㆍ144

백신을 반대해도 되는가 ㆍ163

백신 분배와 국가주의 ㆍ174


2부 어떻게 할 것인가


5장 유전자조작의 실현 ㆍ 189

- 유전자조작 기술이 삶을 지배할 수 있을까,

아니 지배해도 될까

유전자조작, 이제 시작이다 ㆍ190

예방 원칙 vs 사전주의 원칙 ㆍ205

인간, 인간, 인간 ㆍ227


6장 보건의료에서 정의 말하기 ㆍ 237

- 건강의 공정, 형평은 가능할까

부족한 의료 자원, 누구에게 먼저 줄 것인가ㆍ238

의료 분야에서 정의란 무엇인가?ㆍ254

당신의 건강을 위해 세금을 납부하세요ㆍ269


7장 의료 정보는 어디까지 지켜야 할까 ㆍ 285

- 정보 공개와 사생활 보호의 충돌

어디까지 환자 정보를 알려도 될까? ㆍ286

개인과 집단의 이익이 충돌할 때 ㆍ301

사회가 개인에게 어떤 것을 요구하는 방식 ㆍ316


8장 환자와 의료인이 만나다 ㆍ 329

- 지금, 우리의 병원 풍경을 결정하는 것들

의사와 파업 ㆍ330

환자와 의료인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ㆍ340

의료 전문직이란 무엇인가 ㆍ353


맺음말 미래의 의료윤리와 서사윤리 ㆍ369


미주 ㆍ378


책 속으로

우리는 왜 지금 의료윤리를 이야기해야 하는가? 뇌리에 강렬하게 남은 최근의 보건의료 이슈들을 떠올려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2014년 요양병원 화재 사고와 신해철 의료사고 사망 사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발생, 2017년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사태, 같은 해 소위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과 관련한 이슈,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2019년 헌법재판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해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가위 기술 개발자 노벨화학상 수상……. 그동안 발생한 수많은 보건의료 사건들은 사회경제에는 물론 일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제 질병과 돌봄, 치료는 우리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서문 〈지금 의료윤리를 말한다는 것〉 중에서(58쪽)


누구에게나 각자의 의료윤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주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정으로 바꿔내는 건 이론적 종합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론을 아무리 모아도 그 자체로 현실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현실이 이론을 어떻게 조명하는지, 이론에서 다시 현실로 넘어올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피며 둘 사이의 간극을 넘는 일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안락사 관련 이론 또한 그저 이론일 뿐 환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과는 거리가 있다. 환자의 고통을 줄일 방법을 알아내려면 현실을 살펴야 하고, 환자의 필요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이 일은 사회학적 조사로 가능하지 않다. 무엇보다 내 앞의 환자를 이해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환자는 환자대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해야 하고 허물어져가는 삶을 바로잡아야 하며 새로운 관계에 적응해야 한다. 질환의 폭풍 앞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환자야말로 스스로를 이해할 방법을 찾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1장 〈연명의료 중단과 안락사〉 중에서(53쪽)


‘윤리’라는 것은 반드시 현실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지닌다. 의료윤리는 특히 그렇다.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 논의는 의료윤리에서 무의미하다. 의료윤리는 이론적 논의를 현실에 적용해 현실 속에서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어야 한다.(그래서 응용윤리의 대표 분야로 꼽힌다.) 그런데 이때 현실의 문제를 푼다는 것은 그 시시비비를 가려 일도양단의 결정을 내리는 일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 결정은 법의 영역에 맡겨두자. 의료윤리는 다만, 현실의 문제를 묵묵히 살아내야 한다. 그 ‘살아냄’에서 의료윤리적 통찰이 나온다.


-1장 〈연명의료 중단과 안락사〉 중에서(30쪽)


우리가 이득과 손해를 따질 수 있는 것은 대상이 실제로 현실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예 없는 존재의 이득과 손해는 말할 수 없다. ‘해리 포터 시리즈’ 같은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가 아닌 한, 누군가 유니콘의 권익을 위해 싸운다고 할 때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들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태어나지 않은 존재의 이득과 손해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생명권을 언제부터 보장할 것인가의 논의를 넘어 우리는 이 지점을 따져봐야 한다. 임신중절이 태아의 생명권을 해친다고 말할 때 우리는 이미 ‘태어난’ 생명을 살해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 2장 〈낙태죄가 사라진 빈자리에서〉 중에서(101쪽)


상대방의 필요와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의 상황을 전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야기 없이 추상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거나 전달한다면 우리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도 없고 상대방을 위한 결정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게 된다. 당사자의 필요에 맞게 의사결정이 지원되고 실제로 그런 결정이 내려지려면 그가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해야만 한다. 이해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면 그것은 의사결정 지원이 아니라 그저 대리 의사결정에 불과하고, 타인에 의해 당사자의 문제가 좌우되는 일이 될 뿐이다. 우리가 치매 환자 지원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 지향점이 환자의 결정을 돕는 데 있다면 우선은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삶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3장 〈치매와 돌봄의 윤리〉 중에서(131쪽)


이러한 백신 집중이 기존의 불평등을 더 악화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할 수는 있다. 당장 모두가 쓸 백신이 없다면 ‘누구에게 먼저 줘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마주하여 ‘나부터’ 또는 ‘우리부터’가 아니라 더 많이 피해를 본 사람, 더 위험한 사람부터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외칠 순 있다. 그리고 더 피해를 본 사람과 더 위험한 사람이 누구인지, 이들에게 어떻게 백신을 보장할지 논의할 순 있다. 그러므로 이제 코로나19 백신의 분배에 관한 그간의 윤리적 주장을 살펴보면서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생각해보자.


-4장 〈감염병과 윤리〉 중에서(177쪽)


단순히 유전자조작이 일으킬 위해의 가능성 때문에 유전자조작을 특별하게 취급하는 것은 적절한 접근이 아니다. 그 점에선 다른 공학 기술과 유전자조작이 굳이 구분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반면에 유전자조작으로 인해 인간이 더는 인간이 아니게 되는 순간을 초래할 수 있고 심지어 인간의 소멸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이는 누구나 막아야 할(이제 인간은 인간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믿는 극단적 트랜스휴머니스트를 제외하면) 사태라고 봐야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논의의 필요가 발생한다. 지켜야 할 ‘인간’을 규정하는 선이 있어야 하기에 문제는 좀 더 복잡해진다. 즉 인간의 선을 따져보는 것이 유전자조작 논의를 이어나가는 데 무척 중요한 문제라 하겠다.


-5장 〈유전자조작의 실현〉 중에서(231쪽)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느냐다. 개인정보를 온전히 보호하는 방법, 즉 개인정보 공개를 완전히 차단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러면 최근의 의학적 혁신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할 방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완전히 개방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러면 개인은 정보 노출로 인한 피해에서 보호받을 길이 전혀 없다. 여기에서 개인과 사회의 이익과 피해를 어떻게 조율할지, 보호와 활용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통해 생각해본 것처럼, 이것은 그냥 피해를 감수하라고 종용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피해를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타인이나 사회를 위해 피해를 받아들이라고 요청할 것인가? 그 선은 어디까지인가?


-7장 〈의료 정보는 어디까지 지켜야 할까〉 중에서(315쪽)



출판사 서평

현대 의학이 미처 살피지 못한 윤리적 쟁점들!

지금 가장 논쟁적인 국내 보건의료 이슈 8가지를 의료윤리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질병은 물론 돌봄의 문제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의료인이든 아니든 보건의료 이슈들이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러나 평소 의료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면, 질병이나 치료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둘러싼 여러 입장을 살펴보지 않았다면 긴박하게 돌아가는 의료 현장에서 생사와 연관된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의료 문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안락사와 존엄사는 어떻게 다른지, 한국에서 임신중절은 어떤 맥락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의료 개인정보는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치매 환자의 자율성과 코로나19 백신 분배 문제는 나와는 먼일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의사 파업 사태를 마주하며 환자, 보호자, 의료인 입장과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기보다 먼저 비판의 입장을 취했을지도 모른다.

의료윤리학자 김준혁은 지금 국내에서 가장 논쟁적이며 각자의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는 의료 이슈 8가지를 꼽았다. 연명의료, 임신중절, 치매 돌봄, 감염병처럼 우리의 건강과 삶에 밀접하게 연관된 주제부터 유전자 조작, 건강세, 의료 개인정보, 환자/보호자-의료인의 관계처럼 외국에서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는 주제까지 다양하다. 그는 의료 이슈들의 역사적·과학적·철학적·경제적 배경과 그에 적용되는 이론 등을 살핀다. 실제 사례와 영화, 소설 드라마 등에서 이야기를 길어 와 각 이슈를 둘러싼 환자, 보호자, 의료인은 물론 사회와 국가의 입장을 살펴봄으로써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이론적 논의들을 친숙하게 다룬다. 이를 통해 독자는 답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관해 의료윤리학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의료윤리를 ‘나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독자가 책장을 덮고 난 후 스스로 의료윤리 및 관련 논쟁을 진단하고 각자 나름의 방향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의료윤리’는 의료인만이 지켜야 할 규칙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연명의료 중단이나 안락사를 선택할 것인가? 임신중절은? 노인을 포함한 돌봄의 문제는? 당면하지 않았을 뿐, 그것은 환자와 가족, 돌봄 종사자, 사회와 국가의 문제, 즉 나의 문제다.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문제를 당면하게 됐을 때 우리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아픈 당신은, 언젠가 아플 수 있는 당신은, 주변 사람의 아픔을 함께 겪고 그들을 돌보게 될 당신은 의료윤리의 문제를 직접 껴안을 수밖에 없다.


- 서문 〈지금 의료윤리를 말한다는 것〉에서(8쪽)


결정의 순간, 아마도 우리는 머뭇거릴 것이다. 중대한 결정일수록 더 그럴 것이다. 중환자실에 가족이 누워 있다면, 그의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손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어떤 결정이든 내려야만 한다. 이 결정은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몫이기에 우리에겐 도움이 필요하다. 물론 결정하기 전에 의료인과 먼저 상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닥치기 전에 내가 나와 타인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본다면 어려움을 마주할 준비를 보다 단단히 하는 것이 된다. 절벽에 선 듯 난감한 고민과 갈등의 순간에서 우리를 구해줄 밧줄과 같은 역할을 의료윤리가 해줄 것이다.


- 서문 〈지금 의료윤리를 말한다는 것〉에서(9쪽)


‘이것은 누구의 문제이며 어떤 선택이 최선인가?’

질병을 둘러싼 환자, 보호자, 의료인의 이야기를 통해 건강과 삶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고민하다


질병과 돌봄, 치료가 일상이 되었음에도 우리는 다음의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 ‘의식도 병세의 호전도 없는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과연 윤리적인가?’ ‘치매 환자는 무능력한가? 타인이 치매 환자와 관련한 결정을 다 내리는 것은 타당한가?’ ‘모두에게 공평한 코로나19 백신 분배 방식은 무엇인가?’ ‘유전자조작은 어디까지 허용되며 규제가 필요하지는 않은가?’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세금은 정당한가?’ ‘의료 개인정보는 어디까지 알려도 되는가?’ ‘의사 파업에서 우리가 미처 살피지 못한 점은 무엇인가?’ ‘환자-보호자-의료인의 관계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의료윤리가 답 없는 문제라서가 아니다. 질문에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흔히 마주하는 의료 이슈들이 그렇듯 질병을 둘러싼 환자, 보호자, 의료인 더 나아가 사회의 입장은 각기 다르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하는 뱅상 랑베르의 사례 또한 마찬가지다. 뱅상 랑베르는 교통사고를 당해 11년간 사지마비, 미약한 의식 상태로 지내고 있다. 보호자인 아내와 의료진은 환자의 생을 고통스럽게 잇는 의료적 개입은 무의미하므로 연명의료 중단을 주장한다. 환자의 가족과 사회(가톨릭교회)는 의료 행위 중단이 의도적 살해와 같다고 봄으로 연명의료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자를 둘러싼 양쪽의 주장은 모두 타당한 원칙을 !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연명의료 중단이 맞다 혹은 틀리다’라고 쉽게 답할 수 없다. 연명의료 지속과 그것의 중단을 결정할 때 어떤 결과가 따라올 것인지, 이로 인해 주변은 어떤 영향을 받는지, 정말 환자와 보호자, 그 가족을 위한 선택이 맞는지, 관련 제도나 지원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관해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 두 원칙 중 어떤 것을 따를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아픈 자와 돌보는 자, 그들과 관계를 맺고 치료를 행하는 자의 상황과 의료 이슈의 맥락을 살핀 후 모두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 그것이 바로 의료윤리다.

이를 위해 저자는 각 이슈와 관련된 실제 사례, 소설과 영화, 드라마 등에서 다양한 입장과 배경의 서사를 끌어올린다. 연명의료 중단의 법제화를 끌어낸 보라매병원 사건과 김 할머니 사건, 낙태죄 헌법 불일치 결정, 고(故) 신해철 사망 사건, 귀순 병사 수술 집도의 이국종 교수와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의 피해자 담당의 남궁인 교수의 환자 비밀 유지 의무 위반 논란,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 약품 공급 중단 사태, 2020년 의사 파업 사태, 코로나19 백신 분배 편향 문제까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례들을 통해 의료윤리적 맹점을 파헤친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영화 〈블레이드 러너〉, 〈24주〉,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박완서의 〈해산바가지〉, 이준석의 〈다른 세계에서도〉 등의 서사는 의료윤리적 사안을 복합적인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줄 것이다. 그동안 귀 기울이지 못했던 환자와 가족, 의료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현대 의학의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다.


‘나’와 타인 사이에는 선이 그어져 있다. 하지만 그 선을 넘어가볼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라는 방법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영역으로 갈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타인의 삶을 이야기 형태로 만들어서 전하고 삼킨다. 그렇게 우리는 삶의 질곡을 건강과 병을 중심으로 이해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유할 수 있다. 또한 존엄사나 안락사를 요청하는 환자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들을 곁에서 돌보며 때로 좌절하고 때로 안도하는 의료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1장 〈연명의료 중단과 안락사〉 중에서(55쪽)


의료윤리가 해야 하는 역할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닌, 참여자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윤리적 방향으로 결론을 맺을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것이다. 내 가족의 일을, 내 진료를, 우리 지역사회의 결정을 외부의 ‘초연한 관찰자’가 와서 툭 던지고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윤리적 판단은 과학이 아니며, 심지어 의료적 행위 또한 물리학과 동일한 의미의 과학이라곤 말할 수 없다. 의료윤리학자는 윤리적 갈등으로 깨진 이야기를 모아서 그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재구성해내야 한다.


-맺음말 〈미래의 의료윤리와 서사윤리〉 중에서(371~372쪽)


질병과 치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의료윤리학자의 윤리적 상상력

최선의 선택을 가능케 하는 의료윤리, 현대 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리다


오늘날 의료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으며, 관련 제도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한편 환자, 보호자, 의료인은 3분 진료, 보호자와 의료인의 대립, 실제 의료 현장과 제도의 괴리,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국 의료계 분위기 등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에서 자꾸만 멀어져가고 있는 이때, 의료윤리학자 김준혁은 지금이야말로 의료윤리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환자와 의료인 각자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질환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삶과 생활이 깨진 이들을 다시 하나로 불러 모으는 일”은 의료윤리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질병과 돌봄, 치료에 귀 기울이는 일은 의료 환경의 발전 속도를 늦추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 의료인을 위한 의료윤리적 상상력은 “약자를 위한 의료”, “우리가 서로를 보듬어 안는 의료윤리”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질환’으로 만난 서로가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그 둘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제대로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과 그 방법이다. 그러려면 서로를 좀 더 알아야 한다. 상대방이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 담은 다양한 이야기가 그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우리가 서로를 보듬어 안는 의료윤리로, 의료로 나아가길 바란다.


-맺음말 〈미래의 의료윤리와 서사윤리〉 중에서(376쪽)


이 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더 많은 읽기와 쓰기를 부르는, 그리하여 우리가 서로를 좀 더 긴밀하게 만나기 위한 시작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이 결함 많은 의료는 조금씩 바뀌어갈 것이다. 약자를 위한 의료로, 병을 끌어안는 의료로, 의료인의 괴로움을 보듬는 의료료, 사회와 환자가 힘을 얻는 의료로. 이 책에서 거듭 이야기한 ‘윤리’는 바로 그 꿈을 위한 것이다.


-맺음말 〈미래의 의료윤리와 서사윤리〉 중에서(376~3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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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중학생), 교양 생물학, 생명과학(고등학생), 교양 생물학, 생명과학(대학생, 일반), 일반생물학, 생화학, 분자생물학, 생리학, 의생리학, 동물생리학, 신경과학, 생태학, 면역학, 유전학, 시스템 생물학, 세포생물학, 유전체, 미생물학, 신약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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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먹는 분자세포생물학, 18000원, 저자: 신인철 저자(글)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241434

 

교양 생물학(중학생, 고1)

세상을 바꾼 생명과학, 13860원, 저자: 원정현,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027460

생명과학, 공학을 만나다, 22500원, 저자: 유영제,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559387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 13500원,

저자: 송기원 엮음 · 김응빈 , 김종우 , 방연상 , 이삼열 저자(글)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970960

교양인을 위한 캠벨 생명과학, 25000원

저자: 윤치영 , 고상균 저자(글), 원서명/저자명        Campbell Essential Biology with Physiology/Simon, Er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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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bell Essential Biology with Physiology,| 6 /E | Paperback, 49000원, (원서 읽기 연습, 생명기본 학습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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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생물학(중학생, 고등학생)

캠벨 생명과학 12판, 60000원, (특목자사고)

번역서, 1400쪽 대표역자: 전상학, 원서명/저자명 Campbell Biology/Urry, Lisa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054587

캠벨 생명과학(개념과 현상의 이해) 10판, 55000원, (중학생, 일반고)

TAYLOR , SIMON , DICKEY , HOGAN , REECE 저자(글) · 김명원 , 하영미 , 이영원 , 김옥용, 윤미정, 김창미, 김희진, 윤인선, 신주옥, 고인정, 정석란 번역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95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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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생물학

Molecular Cell Biology (8th), 원서, 해외주문가능

저자      Lodish, Berk, Kaiser, Krieger, Bretscher, Ploegh, Amon, Martin

https://www.shinilbooks.com/mall/m_mall_detail.php?ps_ctid=20000000&ps_goid=1685&

Molecular Biology of the Cell, 원서, 해외주문가능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61591155

분자 세포 생물학 9 판, Harvey Lodish 저자(글) · 조진원 , 고재원 , 신동혁 , 양원호 , 이선경 , 이승택 , 이주헌 , 이태호 , 이한웅 , 이호 , 장세헌 , 최철용 , 홍준영 번역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773861

 

생화학

레닌저 생화학(상)

David L. Nelson , Michael M. Cox 저자(글) · 윤경식 , 김호식 , 강인숙 , 권소희, 김훈, 박윤규, 백행운, 여의주, 우현애, 이승진, 이효종, 조용연, 주상훈, 최원재, 최정혜, 한병우 번역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882346

레닌저 생화학(하)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882347

 

생리학

인체생리학, 7판, 50000원, Human Physiology/Silverthorn, Dee Unglaub, Ph.D.

저자: Dee Unglaub Sliverthorn 저자(글) · 고영규 , 김명준 , 김재호 , 민계식, 박세호, 박헌용, 백자현, 설원기, 윤계순, 윤치영, 윤화경, 장종수, 조쌍구 번역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950057

 

의생리학

Guyton and Hall 의학생리학 12/E, 88000원, Guyton and Hall textbook of medical physiology/Guyton, Arthur C.

저자: John E. Hall 저자(글) · 의학계열 교수 32인 번역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609541

 

동물생리학

동물생리학, 35000원, Animal physiology : from genes to organisms/Sherwood, Lauralee

저자: SHERWOOD 저자(글) · 강봉균 , 김상훈 , 안태인 번역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420762

 

신경과학

신경과학(뇌의 탐구), 65000원,

저자: Mark F. BEAR , Barry W. CONNORS , Michael A. PARADISO 저자(글) · 강봉균 , 감경윤 , 권오주 , 김경태, 김선정, 김인범, 김종남, 민철기, 박병운, 박수철, 박중진, 백자현, 서민아, 서정석, 성기욱, 신기순, 윤봉준, 이승희, 이용석, 이원택, 전창진, 정설희, 정연두, 번역

신경과학: 뇌의 탐구 | Mark F. BEAR – 교보문고 (kyobobook.co.kr)

 

생태학

생태학, 9판, 40000,

저자: Thomas M. Smith , Rovert Leo Smith 저자(글) · 강혜순 , 이우신 , 오인혜 , 정근 번역

http://lifescience.co.kr/?bbseGoods=257

 

면역학

Janeway’s 면역생물학 9 판, Kenneth Murphy , Casey Weaver 저자(글) · 김영호 외 번역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778567

Kuby 면역학, Jenni Punt , Sharon Stranford , Patricia Jones , Judy Owen 저자(글) · 대한미생물학회 번역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778524

 

유전학

유전학의 이해 6 판, Benjamin A. Pierce 저자(글) · 전상학 , 권혁빈 , 김남수 , 김세재, 남종길, 소문수, 심용희, 오범석, 유시욱, 이일하, 이임순, 이준규, 장연규, 정민걸 외 번역, 라이프사이언스 · 2017년 09월 01일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950061

후성유전학, 후성유전학연구회 저자(글), 범문에듀케이션 · 2022년 09월 01일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61695043

HARTWELL 유전학, Leland H. Hartwell , Michael L. Goldberg , Janice A. Fischer , Leroy Hood 저자(글) · 한국유전학회 번역, 교문사 · 2022년 01월 28일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609698

 

시스템 생물학

시스템 생물학조광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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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생물학

필수 세포생물학, Alberts, Bruce , Karen Hopkin , Alexander Johnson , David Morgan , Martin Raff , Keith Roberts , Peter Walter 저자(글) · 김균언 , 김문교 , 김영상 , 김재범 , 김철근 , 명경재 , 박세호 , 박일선 , 성노현 , 이명애 , 이명철 , 이정섭 , 이준규 , 이창중 , 장연규 , 정선주 , 정희경 , 정희용 , 최준호 , 홍석만 , 홍승환 번역 · 박상대 감수, 라이프사이언스 · 2019년 09월 01일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950096

 

유전체

GENOMES 4 유전체 분자 생물학, T.A. BROWN 저자(글) · 이동희 , 하영미 , 권혁빈 , 정인실 번역, 월드사이언스 · 2018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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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신약개발과 임상시험, 임현자 저자(글), 황소걸음 아카데미 · 2018년 0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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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신약개발 성공전략, 최유나 , 이형기 , 홍예솔 , 원정현 저자(글), 청년의사 · 2022년 0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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