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발현 조절
대부분의 생물은 보통 수천에서 수만 개의 유전자를 갖지만 이렇게 많은 유전자가 동시에 모두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생물은 세포에 따라 특정한 장소와 시기에 단밸질을 필요한 양만큼 만들어내는데, 이를 위해 세포 내에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과정이 있다.
원핵세포와 진핵세포의 유전체 구성과 유전자 구조
원핵세포와 진핵세포의 유전체 구성
(1) 원핵세포의 유전체: 한 분자의 원형 DNA로 구성된다.
(2) 진핵세포의 유전체: 선형 구조의 DNA가 히스톤 단백질과 결합하여 염색체를 구성한다.
(3) 유전체와 유전자의 비교
유전체(genome) | 유전자(gene) |
생물체에 있는 유전자(gene)를 포함하는 모든 DNA를 의미하며, 생명체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생물학적 정보이다. | 유전의 기본 단위인 유전자는 유전체의 특정한 위치에 있는 구간으로서 유전 형질의 단위가 된다. |
사람의 유전체 구성
(1) 엑손: 유전자가 전사되어 mRNA가 되었을 때 가공 과정에서 연결되어 단백질로 번역되는 부위이다.
(2) 조절 부위 염기 서열: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부위이다.
(3) 인트론: 유전자가 전사되어 mRNA가 되었을 때 가공 과정에서 제거되는 부위이다.
(4) 비암호화 DNA: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 DNA 부위이다.
원핵세포와 진핵세포의 유전자 구조 차이
(1) 원핵세포의 유전자 구조: 서로 연관된 기능을 수행하는 여러 개의 유전자가 하나의 전사 단위로 묶여 있으며, 이들의 발현을 한 번에 촉진,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조절 과정이 존재한다.
(2) 진핵세포의 유전자 구조: 진핵세포의 유전자는 엑손과 인트론 부위를 가지고 있으며, 엑손은 단백질에 관한 정보를 암호화하고 있지만 인트론은 암호화하고 있지 않다. 엑손은 인트론과 함께 전사되지만, 가공 과정에서 엑손만 남아 mRNA가 된다.
(3) 원핵세포와 진핵세포의 유전자 구조 비교: 원핵세포는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인트론을 갖지 않지만, 진핵세포는 인트론을 갖는다.
원핵생물의 유전자 발현 조절
젖당 오페론(유도 오페론)
(1) 오페론: 원핵세포에서 연관된 기능을 수행하는 유전자들이 하나의 전사 단위로 묶여 조절되는 단위가 있다. 이러한 유전자 단위에는 프로모터, 작동 부위, 구조 유전자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것들을 합친 것이다.
(2) 젖당 오페론의 구조
-프로모터: RNA 중합 효소가 결합하여 전사가 시작되는 부위이다.
-작동 부위: 프로모터와 구조 유전자 사이에 위치하며, 억제 단백질이 결합하는 곳으로, 전사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부위이다.
-구조 유전자: 대장균이 젖당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효소를 암호화하고 있는 3개 유전자가 있는 부위로, 한꺼번에 전사되고 번역된다.
* 조절 유전자: 젖당 오페론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작동 부위에 결합하는 억제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있어 젖당 오페론의 발현을 조절하는 부위로 젖당의 유무에 상관 없이 항상 발현되어 억제 단백질이 생성된다.
* 유도 오페론: 물질이 존재할 때 이 물질의 대상 관련된 효소들을 생산하기 위해 전사가 일어나는 오페론으로, 젖당 오페론은 젖당이 있을 때 발현이 촉진되므로 유도 오페론에 해당한다.
(3) 대장균 주변에 젖당이 없을 때: 젖당을 분해를 필요가 없으므로 젖당 오페론의 구조 유전자가 발현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젖당 오페론이 활성화되지 않도록 작동 부위에 조절 유전자가 발현되어 생성된 억제 단백질이 결합하여 RNA 중합 효소가 프로모터에 결합하지 못해 전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전사가 일어나지 않아 구조 유전자도 발현되지 않는다.
(4) 대장균 주변에 젖당이 있을 때: 젖당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어야 하므로 젖당 분해 과정과 관련된 구조 유전자가 발현되어야 한다. 따라서 젖당 오페론이 활성화된다. 세포 내로 흡수된 젖당이 억제 단백질과 결합하면 단백질의 구조가 변하여 작동 부위에 결합을 할 수 없게 된다. 작동 부위에 억제 단백질이 결합되지 않으면 프로모터에 RNA 중합 효소가 결합하고 전사를 시작하여 구조 유전자가 발현된다.
(5) 젖당과 포도당이 모두 있을 때
– 포도당과 젖당이 모두 존재하면 CAP가 불활성화된다.
– CAP가 불활성화되면 억제 단백질이 젖당과 결합하여 불활성화되어 있더라도 RNA 중합 효소가 프로모터에 잘 결합하지 못해 구조 유전자의 전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 CAP(cAMP 수용체 단백질): 젖당에 의해 억제 단백질이 불활성화되며 RNA 중합 효소가 프로모터에 결합하여 전사가 개시된다. 그러나 추가적으로 프로모터에 RNA 중합 효소가 결합하기 위해서는 CAP-cAMP 복합체가 프로모터 상단에 위치하는 특정 부위에 결합해야 한다.
트립토판 오페론(억제 오페론)
(1) 젖당 오페론에서 젖당 유도체는 젖당 오페론의 발현을 유도하므로 젖당 오페론을 유도 오페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달이 트립토판 오페론은 억제 오페론으로, 트립토판은 오페론의 발현을 억제하는 물질로 작용한다.
(2) 트립토판이 없을 때: 억제 단백질이 불활성화되어 작동 부위에 결합하지 못해 트립토판 합성과 관련된 5개의 유전자(구조 유전자)가 전사 및 발현되게 된다.
(3) 트립토판이 축적되었을 때: 발현 과정에서 최종 산물인 트립토판이 합성되어 축적되면 억제 단백질이 트립토판과 결합하여 활성화되어 구조 유전자의 전사가 억제된다.
진핵생물의 전사 수준에서의 유전자 발현 조절
진핵생물의 유전자 발현 조절 단계
(1)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는 하나의 수정란에서 비롯되었지만 발현되는 유전자의 종류와 수준, 시기가 서로 달라 형태와 기능이 다른 세포로 분화된 상태이다. 진핵세포는 원핵세포와 달리 전사와 번역이 일어나는 장소가 핵과 세포질로 분리되어 있으며, 전사 결과 생성된 mRNA가 바로 번역되지 않고 가공 과정을 거쳐 성숙한 mRNA로 바뀐 뒤에야 번역이 일어난다. 번역이 일어난 후에도 다양한 조절 과정을 거치게 된다.
(2) 유전자 발현 조절 단계
– 전사조절: 염색질의 응축 정도에 따라 전사 기구가 결합하는 정도가 달라져 전사의 개시가 조절된다.
– RNA 가공: 전사 후 mRNA 말단의 변화 및 RNA 가공 등이 일어난다.
– RNA 수송 조절: 성숙한 mRNA가 핵공을 통해 세포질로 나가는 속도가 조절된다.
– RNA 분해 조절: 합성된 mRNA는 poly-A 꼬리가 짧아지면서 분해되며 이 길이에 따라 분해 시기가 달라지게 된다. 또한 mRNA의 상보적 염기 서열에 결할할 수 있는 micro RNA라는 짧은 길이의 RNA 분자에 의해 mRNA의 분해가 일어날 수 있고 번역이 저해될 수도 있다.
– 번역 조절: mRNA에 의해 조절 단백질이 결합하여 리보솜의 결합을 방해함으로써 번역이 시작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 단백질 가공, 운반, 분해의 조절: 단백질이 합성된 후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단백질의 화학적 변형이나 기능조절, 수송 과정 등이 조절될 수 있다.
(3) 전사 수준에서의 유전자 발현 조절
– 전사 인자(전사 조절 인자): 특정 DNA 부위에 결합하여 전사를 조절하는 단백질을 전사 인자라고 한다. 전사를 촉진하는 전사 촉진 인자와 전사를 억제하는 전사 억제 인자가 존재한다.
– 조절 부위(조절 요소): 전사 인자가 결합하여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DNA 영역을 말한다. 프로모터 근처의 근거리 조절 부위와 프로모터에서 멀리 떨어진 원거리 조절 부위가 있으며,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기 위해 필요한 조절 부위의 종류와 수는 다양하다.
– 전사 인자가 조절 부위에 결합하면, DNA가 구부림 단백질에 의해 휘어지고, 이미 결합된 전사 인자에 다른 전사 인자들이 결합하여 복합체를 이룬다. 전사 인자 복합체가 프로모터에 결합하면서 RNA 중합 효소가 프로모터에 정확하게 결합하여 전사를 시작하게 된다.
(4) 인슐린 유전자와 알부민 유전자의 발현 조절
세포 분화와 발생
유전자 발현은 세포 호흡이나 단백질 합성과 같이 세포의 일반적인 생리 현상을 일으키는 데도 필요하지만, 몸을 형성하는 발생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포의 분화와 유전자 발현 조절
세포의 분화
(1) 한 개체의 발생이나 유지 과정 동안 구조와 기능이 특수화된 서로 다른 종류의 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2) 각 세포별 발생 단계에서 갖는 조절 단백질의 종류에 의해 발현되는 유전자의 종류가 달라진다.
(3) 서로 다른 전사 인자의 다양한 조합에 의해 여러 가지 종류의 세포를 형성한다.
유전자의 발현 조절
(1) 발현 조절 과정
– 전구체 세포(미분화 세포)가 특정 기능을 갖는 세포로 분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조절 단백질)이 필요하다. 조절 단백질은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가 발현되어 합성되는데, 조절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조절 유전자라고 한다.
– 다양한 종류의 조절 유전자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가장 상위 단계의 조절 유전자가 발현되고 단계적으로 다른 하위 조절 유전자를 발현시킨다. 상위 단계의 조절 유전자를 핵심 조절 유전자라고 한다.
– 핵심 조절 유전자에 의해 조절 단백질이 만들어지면 이 조절 단백질은 다른 조절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한다. 이러한 일련의 단계를 거쳐 다양한 종류의 조절 유전자가 발현되고, 세포의 분화가 다양한 방향으로 일어나게 된다.
(2) 근육 세포의 분화 과정
– 핵심 조절 유전자의 작용: 분화가 완료된 근육 세포에는 근육 세포의 근수축 그능에 필요한 마이오신, 액틴 등의 단백질이 존재한다. 이 단백질들은 미분화 세포가 근육 세포로 분화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며, 이러한 근육 세포의 분화 과정은 핵심 조절 유전자의 한 종류인 마이오디(MyoD) 유전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 MyoD 단백질에 의한 결정: MyoD 단백질이 전사 인자로 작용하여 다른 유전자를 활성화하면 이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진 단백질이 근육 특이 유전자인 액틴 유전자와 마이오신 유전자를 활성화해 액틴과 마이오신이 만들어지도록 한다.
발생과 유전자 발현 조절
기관의 형성과 유전자
(1) 초파리의 염색체에는 여러 종류의 핵심 조절 유전자가 존재한다. 배아 단계에서 각 기관이 형성될 위치에 존재하는 세포에서는 각 기관의 형성을 유도하는 핵심 조절 유전자가 발현되어 각 세포는 위치에 딸라 알맞은 기관이 형성된다.
(2) 호미오 유전자: 동물에 존재하는 발생 관련 핵심 조절 유전자로 앞뒤 축에 따른 구조를 결정(위치 정보 제공)한다.
(3) 초파리 배아의 앞-뒤축 결정
– 비코이드(bicoid) 유전자는 초파리의 앞이 될 부분에서 발현된다.
→ 배아의 앞에서 뒤로 갈수록 비코이드 단백질의 농도 차가 형성된다.
– 나노스(nanos) 유전자는 초파리의 뒤가 될 부분에서 발현된다.
→ 배아의 뒤에서 앞으로 갈수록 나노스 단백질의 농도 차가 형성된다.
– 비코이드와 나노스 단백질의 농도 조합에 의해 배아의 앞-뒤축이 결정된다.
→ 배아의 각 부위가 서로 다른 구조를 형성하도록 결정한다.
– 비코이드 유전자의 돌연변이
→ 양쪽 말단부에 모두 꼬리 구조를 갖는 비정상 배아가 발행된다.
(4) 기관 형성 돌연변이: 기관 형성에 대한 유전적 조절의 증거이다.
– Ey 유전자(눈의 형성에 관여하는 전사 인자 발현)를 다리로 발생할 세포에 발현시킨다.
→ 다리에 눈이 생성된다.
– Antp 유전자(더듬이의 형성에 관여하는 전사 인자 발현)를 인위적으로 안테나에서 발현시킨다.
→ 더듬이가 생성될 자리에 다리가 형성된다.
– Ubx 유전자(날개의 형성에 관여하는 전사 인자)의 돌연변이
→ 여분의 날개가 형성된다.
초파리와 생쥐의 호미오 영역 비교
(1) 호미오 박스
– 발생 과정에서 체절에 따른 기관을 형성하는 데 관여하는 호미오 유전자에서 발견되는 180개의 뉴클레오타이드로 이루어진 공통된 염기 서열이다.
– 거의 모든 진핵생물에서도 비슷한 염기 서열이 발견된다.
– 생물 간 호미오 유전자를 바꾼 경우에도 정상적인 발생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2) 호미오 영역: 호미오 박스가 발현되어 나타난 단백질의 일부 영역으로, 호미오 유전자의 발현으로 생성된 단백질은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전사 인자로 기능한다.
참고자료: 지학사 생명과학2 교과서, EBS 수능특강 생명과학2